쌍계사

영남과 호남이 어울린다는 화개장터에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을 따라 쌍계사를 찾아간다. 사찰은 지리산의 푸르름이 흘러내리는 불일계곡이 감싸고 있다. 일주문에서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사찰의 전경은 산세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앉은 모습이다. 신라 성덕왕 때 의상대사의 수제자인 삼법선사가 당나라 육조혜능의 머리를 모셔다가 계곡 깊숙한 장소에 봉안하고 옥천사라는 이름으로 사찰의 문을 열었다.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서 김대렴이 들여온 차나무 씨앗을 주변에 심었고 이후 사찰을 중창한 진감선사가 차밭을 조성하여 우리나라 차 문화의 시초를 이루었다. 벚꽃으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는 이곳의 가치는 더욱 깊다. 일주문과 금강문을 지나 만나는 2층 누각인 팔영루는 진감선사가 중국에서 들여온 불교음악을 우리 사찰에 어울리는 사찰음악인 범패로 발전시킨 장소로 알려져 있고 대웅전과 팔상전의 불화 또한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주는 보물이다. 대웅전 앞 국보로 지정된 진감선사부도비는 최치원의 글씨로 명문이 깨알 같은 모습으로 새겨진 우리나라 금석문의 최고 유물이다. 세월의 마모로 자세한 모습은 살필 수 없지만 일반인의 눈에도 질서정연한 비석문의 모습이 대단하다. 화려한 부도비 맞은편으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애불은 커다란 바위의 한 면을 깎아내고 아로새긴 좌불의 모습이 다정하면서도 다정한 느낌을 주는데 부처님을 바라보며 불공을 올리는 수행자의 모습을 닮았다. 대웅전과 명부전의 영역을 구분하듯 낮게 이어지는 흙 담장 위에 기와 조각으로 새겨놓은 꽃과 풀잎의 무늬는 자연이 메마르는 겨울날에도 항상 사찰을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대웅전 경내와 분리되는 금당지역은 육조혜능의 정상탑 등 사찰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지만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지역이다.